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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차 개발자가 안정된 유니콘을 떠나 '로봇'으로 뛰어든 이유

두산로보틱스 AI&SW 부문 리더 오창훈 전무

Q. 가볍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로 26년 차 개발자 오창훈 입니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4학년 때 처음 컴퓨터를 만났어요. 독자로 자라 늘 혼자 지내던 제게 베이직, 포트란, 코볼 같은 언어들이 제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2000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IT가 채 성숙하기도 전인 '웹마스터' 시절부터 개발을 했었네요. 처음 만들었던 이메일 아이디가 'lovedev'였어요. 개발 자체를 너무 사랑했거든요. 프리랜서로 시작해 GS홈쇼핑, 네이버(7년), 토스(8년)를 거치며 핀테크와 증권의 성장을 함께했습니다. 지금은 로보틱스 씬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집에서는 다섯 마리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이기도 합니다. 코드와 로봇으로 가득 찬 일상에서 고양이들이 제 감성적인 빈틈을 채워주곤 하죠."

감성적인 빈 틈을 채워주는 고양이들

Q. 유니콘 기업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다 돌연 하드웨어(로봇) 필드로 오셨어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타입이에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편안함'에서 오는 불안함을 느낍니다. '너무 안정적인데? 이러다 정체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면 오히려 잠이 안 와요. 토스에서도 팀은 이미 너무 잘하고 있었고, 제가 더 기여할 파이를 찾다 보니 자연스레 눈이 밖으로 향했습니다. 로봇 분야는 AI와 SW가 핵심이라고 하지만, 아직 엔지니어링 베이스가 단단하게 다져질 곳이 많다고 봤어요. 남들이 말하는 성공 가도보다, 제가 직접 길을 닦으며 나아가는 고생길이 체질에 맞는 것 같습니다." Q. 화면 속 가상 세계를 넘어, 물리적인 '로봇'과 AI가 결합될 때 느끼는 짜릿함이 있나요? "엔지니어는 정말 축복받은 직종이에요. 많은 직업들이 다른 전문 분야로 넘어가기 어렵지만, SW는 영역의 경계가 없거든요. 이커머스, 물류, 국방, 그리고 이제는 로봇까지요. 특히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로 컨트롤하고, 그 위에 AI라는 두뇌를 얹는 과정은 매 순간이 짜릿합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이제 기술적 장벽은 없다'고 말해요. AI가 실체(Physical body)를 다루기 시작하면 못 할 게 없거든요. 눈 앞에 펼쳐진 이 거대한 기회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설렙니다. 우리 동료들이 그 가능성에 몰입해 하나씩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리더로서 그보다 더 큰 쾌감은 없죠." Q. 요즘 전무님의 가슴을 가장 뛰게 만드는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요? "요즘은 'AI Harness'에 관심이 쏠려 있어요. 단순히 유행이라서가 아니라, 이 에이전트들이 우리 회사에 어떤 실질적인 가치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특히 로봇 회사에서 에이전트가 강조될 때, 인간의 주체성과 어떻게 자연스럽게 조화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죠. 빠른 시일 내에 우리팀의 업무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을 거예요. 에이전트와 인간이 함께 일하면서도 결과물의 퀄리티와 ROI(투자 대비 효율)를 동시에 잡아내는 것, 제가 꼭 증명해내고 싶은 숙제입니다." Q. 리더임에도 여전히 직접 개발을 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전무님만의 풀이 방정식이 있을까요?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CEO들도 직접 코딩을 합니다. 엔지니어 리더라면 실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조직을 제대로 리드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저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개발하고 왔습니다! (웃음) 저의 노하우는 단순해요. '일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야구 해설자 같은 직업을 가져라'라고 말씀하셨어요. 가장 좋아하는 야구를 제일 좋은 자리에서 돈 받으면서 보지 않느냐고요. 저는 다행히 개발에서 그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제 의자와 셋업을 통째로 들고 다니며 저만의 몰입 공간을 만드는 것도, 이 즐거운 과정을 온전히 누리고 싶기 때문이에요." Q. 팀원들이 전무님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신뢰는 입이 아니라 '실체 있는 비전'과 '증명'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합류 후 처음 두 달은 경청에 집중했고, 석 달째부터는 진짜 바뀌어야 할 것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겼어요. 비효율적인 회의를 없애고, 클라우드 도입이나 센서 데이터 모니터링처럼 그동안 팀이 가려워했던 부분들을 제가 다른 분야에 있어서 잘 알고 할 수 있던 부분들을 보여드렸어요. 리스크가 두려워 주저하기보다 '일단 장점을 보고 가자, 단점은 그때 보완하면 된다'고 독려합니다. 정 안 되면 제가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기도 하고요. 저는 제 스스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하려 노력하죠. 제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야 우리 팀원들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Global AI Robotics Trend’ 세션에서의 오창훈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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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무님이 그리시는 AI&SW 기술 로드맵의 종착역은 어디인가요? "제가 MBTI 'N'이라 상상력이 좀 큽니다. (웃음) 제가 그리는 로드맵은 단순히 로봇 하나를 잘 만드는 게 아니에요.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지능화된 상용 로봇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고, 이를 아우르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로봇 한 대가 아니라, 100대, 1000대가 스스로 생각해서 공정을 자동화하고 관리·감독까지 수행하는 AI 로보틱스 네이티브 팩토리의 정점을 꿈꿉니다. 2026년까지 데이터 추출부터 학습, 현장 투입까지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지능화 파이프라인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로봇이 투입되는 순간, 그 공간 자체가 스마트해지는 경험을 시장에 제공하고 싶습니다." Q. 늘 데이터를 강조하시는데, 로봇 산업에서 데이터가 왜 그토록 중요한가요? "과거의 로봇은 인간이 정해준 'Rule'대로만 움직였어요. 하지만 지금의 산업계는 로봇의 지능화 즉 '스스로 판단하고 동작하는 것'을 원합니다. 그 판단의 근거, 즉 정답을 쥐고 있는 게 바로 데이터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산업 현장의 공정을 이해하려면 우선 데이터라는 정답지를 파헤쳐야 합니다. 특히 저희는 일반적인 운동성을 가진 휴머노이드를 넘어, 특정 섹터에서 '숙련공 수준의 정교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그 섹터 안에서 발생하는 고밀도 데이터를 학습시켜, 시장이 깜짝 놀랄만한 지능화 모델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Q. 팀원이 과감한 시도를 하다 실패했을 때, 전무님은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웃죠! (하하하) 저는 가장 많이 실패해 본 사람이 가장 많이 안다고 믿습니다. 조직이 계속 성공만 하잖아요? 그럼 오히려 불안해요. '우리가 지금 한계(Borderline)까지 안 밀어붙이고 있구나'라는 뜻이니까요. 실패했다는 건 누군가 그 한계를 보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는 증거라 오히려 좋습니다.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적인 고민은 치열하게 합니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가 아닌 이상, 실수는 시스템과 문화의 부재이지 개인의 탓이 아니에요. 일단 내지르고, 고객을 만나고, 개선하는 그 과감함을 저는 무조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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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동료를 만났을 때,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강한 동기부여를 느끼시나요? "열정과 에너지를 다 쏟고 있는데, 기술적인 벽에 부딪혀 답답해하는 동료를 보면 함께 밤을 새워서 라도 그 매듭을 같이 풀고 싶어지죠. 특히 엔지니어링의 혜택에서 소외된 조직들—고객 응대, 재무, 영업팀—이 많은 고민을 하며 일하는 걸 보면 '아, 저런 문제는 우리가 꼭 해결해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깁니다.” Q. 웹/앱 개발자들은 로봇(HW) 분야가 조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토스에 있을 때도 전체 엔지니어의 대부분이 금융권 출신이 아니었어요. 로봇도 똑같습니다. 도메인이 자동차든, 로켓이든, 커머스든 결국 본질은 '누가 더 SW를 잘 설계하느냐'의 싸움이에요. API 응답 값이 화면에 뜨느냐, 로봇의 팔을 움직이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물류 공정을 모르고 커머스에 가고, 의료 지식 없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며 배우는 게 엔지니어의 숙명 아닐까요? 피지컬한 결과물이 눈앞에서 움직이고, 그 중심에 AI가 있는 로봇 산업은 지금 엔지니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거대한 놀이터입니다. 도전할 용기만 있다면, 그 성장의 폭은 상상 이상일 겁니다." Q. AI 시대, SW 엔지니어로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강점이 필요할까요? "지금까지의 엔지니어링은 '사람 대 사람'의 협업에 맞췄습니다. 가독성을 높이고 구조화하는 모든 노력이 동료 개발자를 위한 것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시대에는 'AI가 이해하기 좋은 구조와 코드'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던 '가독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는 거죠. 이게 바로 AI 네이티브(AI-Native)적 사고입니다. '이런 건 사람이 해야지'라며 고집을 피우면 거대한 산에 가로막힐 겁니다. AI는 24시간 일하며 내가 1~2페이지 만들 때 100페이지를 뽑아내요. 이 속도와 양을 따라가려 하기보다, AI가 아니면 안 될 일들을 찾아내고 AI 네이티브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 엔지니어의 진짜 실력이 될 겁니다." Q. 아직 '로봇'이라는 분야를 낯설어하는 개발자들에게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실 진짜 뛰어난 개발자라면 망설이지 않을 겁니다.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지?'를 고민하고 있겠죠. 많은 개발자들이 SW와 HW가 결합된 분야이다 보니 '나를 뽑아줄까?', '내가 기여할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을 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지금 로봇과 제조 분야는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의 폭발적인 시점과 같습니다. 아이폰 출시 후 3년 동안 쌓인 데이터가 그 이전 수십 년의 데이터보다 많았던 것처럼, 지금 로봇 업계가 딱 그렇습니다.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본인이 기여할 영역은 차고 넘치니까요. 로봇과 관련된 지식은 오셔서 배우면 됩니다. 저 또한 여러분이 이 배에 탑승해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모든 경험을 쏟아 부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두산로보틱스에 합류하세요(웃음). 훗날 '로봇의 시대'가 정점에 올랐을 때, 그 시작점에 내가 있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지금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에디터의 마무리] 26년 동안 'lovedev'라는 정체성을 지켜온 오창훈 전무님과의 대화는 신나고 유쾌했습니다. 기술의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설레어 하는 전무님의 눈빛이 몹시 인상적이었는데요, 두산로보틱스에서는 단순히 코드를 짜는 사람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설계할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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